2017년 3월 14일 화요일

[네이비필드] 잠수함에 대한 고찰

이 글은 지금까지 네이비필드 갤러리와 네이비필드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종합하여 새로 쓰는 글이다.

아래는 종합할 소스가 되는 글들이다. 미리 읽었다면 맥락을 이해하기 편하겠지만 굳이 읽지는 않아도 되겠다. 이 글도 장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아래 링크한 다섯 글들은 그럭저럭 길이가 긴 편이므로 읽기 어려울 것이다.

자게 "호위함하고 투폭이 문제라구요?" - http://www.navyfield.co.kr/board/view.asp?Num=406212&Sort=A01&SearchPart=3&SearchText=powertank1&PageSize=20&Page=1&Order=3&Ctg1=&Ctg2=&Ctg3=&Latest=0

갤러리 "자게 잠수함 글 관련하여"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nf&no=346374

갤러리 "잠수함들은 양심 어따 팔아먹고 다니냐?"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nf&no=346995

갤러리 "이왕 어그로 끈 김에 투폭 얘기도"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nf&no=347014

갤러리 "잠수함의 몸빵은 버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nf&no=347192




이 글에서는
#1. 전함, 항모, 잠수함(일명 주요 3함급)의 특성 및 상성관계
#2. 잠수함의 밸런스 쟁점
#3. 어빌리티의 실제 적용 - 왜 저렙을 살릴 수 없는가
#4. 프리깃, 구축함, 경순양함(일명 하위 함급)의 현실과 호위함의 역할
#5. 결론
의 순으로 살펴볼 것이다.




#1. 주요 3함급의 특성 및 상성관계

네이비필드에서 가장 중요한 함급을 꼽는다면 역시 전함, 항모, 잠수함의 3개 함급이다. 이들은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으며, 세부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장점은 +로, 단점은 -로, 장점도 단점도 아닌 애매한 특성은 *로 표시한다.

전함
+ 비교적 긴 사정거리
++ 뛰어난 포탄 데미지와 집탄율 및 지속화력
+ 뛰어난 기동성
+ 일반적으로 주요 3함급 중 가장 뛰어난 수리력
* 선택 여하에 따라 대공포 또는 투사폭뢰 운용 가능
- 최전선에 서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어짐. 즉,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됨
- 생각보다 방어력이 좋지 않음. 즉, 적의 공격이 집중되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격침당함
- 위의 단점과 연계되어, 비교적 넓은 기동공간을 확보해야만 함
- 위의 단점과 연계되어, 진입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적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격침당할 수 있음


항공모함

항모 공통
+ 게임 중반까지 적에게 타격을 받을 확률이 낮아 게임을 침착하게 풀어나갈 수 있음
* 보통 수준의 기동능력
- 운용하는 플레이어의 시야가 특히 넓을 것이 요구됨.
- 함재기의 왕복 거리가 항공모함의 운용 효율에 직결되므로 평균 이상의 포지셔닝 능력이 요구됨.
-- 전함이나 잠수함의 사정거리 안에 들었을 때 저항 불가능 (EOC 포 장착한 이탈리아 항모 제외)

급폭기 및 뇌격기
++ 가장 긴 타격거리
+ 공격에 실패해도 본체에는 피해가 없음
+ 사실상 대공포로만 저지 가능
++ 위의 세 장점과 연계하여, 적 1.5선 기습 가능. 특히 안전 구역에서 수리 중인 적 전함 마무리 가능.
+ 뛰어난 폭딜능력 (대략 급폭기 12기 당 5만딜 이상 가능)
-- 저질스러운 지속화력 (공격 간 시간 간격 최소 40초에서 길게는 1분 20초까지)
-- 위의 단점과 연계되어, 적을 일격에 격침시키지 못하면 화력이 눈에 띄게 감소함

전투기
++ 뛰어난 제공권 싸움, 더 나아가 뛰어난 시야 장악 능력
+ 같은 전투기, 또는 만렙 정찰기가 아닌 이상 사실상 저지 불가능
-- 대공포를 장착하지 않으면 대함 타격 불가능


잠수함
+++ 은폐능력
+ 위의 장점과 연계되어, 적의 1.5선 기습 가능
+ 위의 장점과 연계되어, 투사폭뢰가 아니면 저지 불가능
++ 관통데미지의 배수량 6% 제한과 관련되어 함포에 대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함 (잠수함에 대한 계획 없이 초창기부터 있었던 제한이므로 이는 버그에 가까움.)
++ 네이비필드 최고의 폭딜
++ 위의 모든 장점과 연계되어, 파괴적인 라인압박능력
+ 공격기의 공격 시도에 사실상 면역 (소련 뇌격기 제외)
- 위치를 파악당하면 할 것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음
- 투사폭뢰에 취약함
-- 저질스러운 사정거리
-- 주요 3함급 중 가장 떨어지는 기동력
-- 위의 모든 단점에 연계되어, 뛰어난 상황판단력을 요구 받음.


장황하게 써놓으니 보기 힘든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함 <뛰어난 지역장악력을 바탕으로 최전선을 형성>, 항공모함 <긴 사정거리를 바탕으로 전함과 항모를 저격, 또는 시야장악>, 잠수함 <유일하게 가진 은폐능력으로 취약지점으로 침투, 돌파구를 형성> 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전함은 중거리 딜탱, 항모는 원거리 저격수 또는 서포터, 잠수함은 근접 암살자가 되겠다.

각 함급의 상성관계를 보자면

전함 : 상대 전함을 제거하지 않으면 항모 타격 불가, 투사폭뢰를 달면 잠수함에 저항할 수 있는 대신 항모에 대한 저지력 감소, 대공포를 달면 항모에 대한 저지력은 증가하나 잠수함에 저항 불가
따라서 항모와 잠수함 모두에게 약함

항모 : 전선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함에게 공격 받을 일이 없으며, 반대로 항모는 언제든지 전함 타격 가능. 잠수함에 대해서는 사실상 타격 불가능
따라서 전함에게 우위, 잠수함에게 약함

잠수함 : 함재기에게 공격 받는 경우 진지하게 반성해볼 필요가 있음. 투사폭뢰를 운용하는 전함이 거의 없으니만큼 현 메타에서 정상적인 진입각을 잡았을 시에 전함에게 죽을 일은 없음.
따라서 전함, 항모 모두에게 우위


즉, 전함 < 항모 < 잠수함, 전함 < 잠수함의 상성관계가 된다.





#2. 잠수함의 밸런스 쟁점

현재 잠수함과 관련된 밸런스 쟁점은 다음과 같다.

- 관통데미지의 배수량 6% 제한
- 호위함의 음탐 범위 문제
- 잠수함의 기동력 문제


우선, 네이비필드의 모든 함포는 폭발데미지와 관통데미지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폭발데미지는 포탄이 상대 함체에 적중하여 폭발했을 때 들어가는 데미지를 뜻하며, 관통데미지는 이렇게 적중된 포탄이 관통됐을 때 들어가는 데미지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관통 여부와 폭발 여부는 꽤 높은 수준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관통했다고 반드시 폭발하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폭발했다고 반드시 관통하지도 않는다. 다만 관통되지 않았을 때는 폭발데미지가 꽤 큰 폭으로 감소한다. 이 중에서 관통데미지는 네이비필드 내부의 시스템 상에서 피격된 함선의 만재배수량의 6%까지만 피해를 주도록 제한되어있고, 이와 별도로 관통데미지로 4500 이상을 입힐 수 없게 되어있다.

즉, 만재배수량 약 11만톤 가량인 H44를 관통데미지 6000 짜리 포탄으로 관통시키면 비록 11만톤의 6%는 약 6600으로 포탄의 관통데미지 6000을 넘기지만, 이와는 별도인 관통데미지 4500 제한으로 인해 실제로는 4500의 데미지를 입히게 된다. 또 만재배수량 57000톤인 라이온2를 같은 포탄으로 관통시켰을 때는 만재배수량 6% 제한에 걸려 3420의 데미지만을 입히게 된다.

참고로 일본의 6차 잠수함인 I 400이 6560톤으로 잠수함 중 가장 큰 만재배수량을 갖는데, 이 잠수함을 타격하면 관통데미지 제한은 393.6 = 394 가 된다.

미국의 EBB 함포 포탄의 폭발데미지가 1650임을 생각해보면 전함 포탄의 데미지 중 약 70%는 관통데미지인 셈인데, 잠수함들은 이 관통데미지를 거의 무력화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EBB 함포로 잠수함을 타격하면 전함에게 줄 수 있는 데미지의 1/3 수준의 피해밖에 입히지 못한다.

즉, 잠수함의 함포 저항력은 전함의 최소 세 배 이상.

왜 최소 세 배 이상이라고 말을 하는가 하면, 위에서는 "전탄 명중" 기준으로 받는 데미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잠수함의 피탄면적은 전함에 비하면 매우 좁은 편으로, 가장 작은 5차 전함과 가장 큰 6차 잠수함을 비교해도 넉넉하게 6배 정도는 차이가 난다. 미국 정도로 집탄이 잘 되는 국가라면 모르겠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5차 전함에 쏜다 해도 전탄 명중을 담보할 수는 없다. 전함이 그러할진대 한참 작은 잠수함에 전탄명중을 내는 건 초근접상황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하면 잠수함은 전함이 비해서 10배 정도는 함포에 잘 버틴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런 초월적인 방어력이 밸런싱 과정에서 의도된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배수량 6% 제한 조치 자체가 잠수함이 계획조차 없을 때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잠수함의 함포에 대한 방어력은 사실상 버그라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이 부분은 밸런스와는 관계 없이 일단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호위함의 음탐 범위 문제를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호위함의 음탐 범위는 잠수함의 음탐 범위와 동일하다. 최대 음탐 범위 자체가 함급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즉, 잠수함이 호위함을 봤다면 호위함 쪽에서도 잠수함이 보인다.

다만 여기에 문제가 있는데, 호위함은 본체 뒤로만 쫒아다닌다는 것이며, 또 수상함은 오버힛 발동 시에 음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본체가 호위함의 오버힛 발동 여부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로 음탐용 호위함은 기본 속도가 높아지도록, 또 오버힛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 기관병을 빼고 세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수병도 없는 유령함장에 잠수함 사통까지 달아가면서 최대한 무게를 빼서 세팅하는 것이 음탐용 호위함인 것이다. 당연히 방뢰 따위는 꿈도 꿀 수 없고, 불발을 고려하더라도 넉넉하게 어뢰 세 발이면 격침시킬 수가 있다.

잠수함의 음탐 범위와 호위함의 음탐 범위가 같으며 그것이 대략 네이비필드 인게임에서의 화면 하나 정도가 된다. (화면의 세로를 지름으로 하는 원 정도 되겠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함이 오버힛을 발동했다면 호위함과의 거리는 보통 화면의 1/4 정도 되고, 오버힛을 껐다면 그것보다는 짧아진다. 잠수함들도 전함과 마주보며 접근할 때는 화면의 1/4 정도 거리로 다가왔을 때 초탄을 발사한다.

그렇다. 잠수함이 어뢰를 발사할 때가 되어야 호위함이 잠수함을 발견하게 된다.

잠수함이 호위함에게 발견되는 거리는, 전함의 진행방향과 잠수함의 진행방향이 일치할수록 멀어지게 된다. 전함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접근하면, 즉 뒤에서 접근하게 되면 거의 한 화면 정도의 거리에서 위치를 들키게 되는 반면에 전함의 진행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접근하면, 즉 전함의 정면에서 진입하게 되면 어뢰를 쏠 때 호위함에게 위치를 들킨다.

대체로 전함의 정면을 기준으로 좌우 45도까지는 잠수함이 어뢰를 쏘는 타이밍이 발견되는 타이밍보다 빠르거나 거의 같으며, 그 범위를 제외하고는 잠수함이 발견되는 타이밍이 더 빠르다. 하지만, 잠수함은 느려도 어뢰는 빠르기 때문에 화면 1/4 정도 거리에서 발사된 어뢰는 전함으로서는 안전하게 회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했을 때, 잠수함이 위치를 들키지 않은 상태에서 전함의 정면 좌우 90도, 즉 정면 방향으로의 180도 범위로 접근할 수 있다면 그 전함은 죽었다고 볼 수 있다.

잠수함과는 거리를 벌릴 수 있어도 잠수함의 어뢰와는 거리를 벌릴 수 없다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하나 더 고려해봐야 할 것은 호위함의 존재가 반드시 잠수함의 접근을 차단하는가? 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가 않다. 전함들의 대치 구도 상 모든 전함이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위함은 전함 본체를 따라다니니 당연히 호위함들도 한 줄로 빈틈 없이 늘어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음탐을 실은 순양함이 호위함 말고도 따로 있지 않은 이상은 전선을 우회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우회하더라도 잠항을 위한 산소가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탐 범위를 피해 적진 한복판에 있을 항공모함 바로 옆에서 부상하는 잠수함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편이다. 또 잠항을 통한 은폐가 가능한 잠수함과는 달리 시야가 없는 곳에서도 소리가 나서 위치가 쉽게 들통나는 공격기로, 함선의 시야범위가 음탐범위보다 더 긴데도 불구하고, 적의 2선 혹은 그보다 더 뒤로 우회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잠수함도 적의 2선으로 침투하는 것이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고 결론 낼 수 있다.

마지노선을 돌파하기 위해 열차포를 준비했으나, 실전에서는 네덜란드-벨기에로 우회하여 피해를 줄인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정면돌파가 능사가 아니다. 우회가 가능하다면 우회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호위함은 밸런스 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만 이것은 현재 음탐을 실은 대잠함들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어서 대잠함들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면 호위함에 별도의 조정은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잠수함 입장에서는 대잠함이 많은 것보다는 차라리 호위함이 많은 쪽이 활동하기에 훨씬 편할 것이다.


잠수함의 기동력 문제를 살펴보자.

먼저 다른 게임의 은폐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 스타크래프트의 다크 템플러 : 영구 은폐와 강한 화력을 가졌지만 비교적 떨어지는 기동력과 물몸, 짧은 사정거리 (근접유닛)
-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이블린 : 조건부 영구 은폐와 좋은 기동력을 가졌지만 어중간한 방어력과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화력, 짧은 사정거리
-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트위치 : 조건부 은폐와 강한 화력, 조건부로 긴 사정거리를 가졌지만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기동력, 낮은 방어력

은폐가 없었다면 뭔가 하나 같이 나사 빠진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다.

그렇다고 잠수함이 은폐가 없었어도 충분히 좋았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는 않겠다. 잠수함이 현 상태 그대로 잠항만 불가능하게 된다면 매우 짧은 사정거리와 낮은 기동력이 시너지를 내서 영 쓸 수 없는 함급이 될 것이다.

다만 잠수함에게는 대부분의 전략계열 게임에서 캐릭터들에게 온갖 이상한 패널티를 주고서야 얹어주는 은폐라는 기능이 붙어있고, 현재 네이비필드 인게임의 상황이 그 은폐라는 어드밴티지를 활용할 수 없는 수준도 아니다. 실제로 잠수함 고수들은 오히려 잠수함이 너프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을 정도이다.

잠수함이 은폐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이상 반대급부로 가지고 있어야 할 단점이 무언가 있을 것인데, 잠수함이 한 방이 강력한 암살자 컨셉인 이상 화력이 약해서는 안 될 것이고 (사실 은폐가 있는 캐릭터 치고 화력이 부족한 녀석은 드물다.), 배수량 제한 때문에 방어력도 약하지 않으니 남는 것은 기동력 뿐이다. 그래서 기동력이 안 좋은 것일 뿐. 사정거리가 짧은 것은 단점이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겠는데, 초월적인 화력을 가진 잠수함이 사정거리가 현재보다 길었다면 이미 애저녁에 밸런스 파괴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다.

잠수함이 기동력이 안 좋은 것은 맞으나 잠수함 운용이 힘들 정도는 아니다. 잠항기능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기 때문.


즉, 현재 잠수함에 얽힌 밸런스 쟁점들을 살펴보면 잠수함이 좋으면 좋았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3. 어빌리티의 실제 적용 - 왜 저렙을 살릴 수 없는가

호위함 삭제-너프론자들이 내세우는 것이, 호위함을 삭제 또는 너프하는 대신에 저렙들을 살려서 기존에 계획되었던 '잠수함 잡아먹는 순양함'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네이비필드에서는 수병에게 표시되어있는 어빌리티인 표기어빌로 실제 발휘되는 능력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표기어빌)X((현재 숙련병)+4*(현재 사관))*(현재 총 수병 수)/(최대 총 수병 수)로 결정한다. 수병을 꽉 채워서 다니라는 게 이런 이유에서이다. 숙련병이나 사관이 하나라도 있으면, 신병이 어빌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신병만 있는 경우에는 수병을 완전히 비워도 같은 어빌리티를 발휘한다. 정확히 말하면, 신병만 있는 경우에는 아무런 어빌리티도 발휘하지 않는다.

문제는, 표기어빌이나 (숙련병)+4*(사관) 모두 수병의 레벨에 비례한다. (완전히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고, 표기어빌 및 숙련병+4*사관, 이 둘과 수병의 레벨에는 일차함수의 관계가 있다.) 러프하게 이야기하자면 수병이 실제로 발휘하는 어빌리티는 수병 레벨의 제곱에 비례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저렙수병과 고렙수병의 사관 비율이 동일하면서 둘 다 풀 숙련병일 때를 가정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고렙이 될수록 숙련병도 많이 차고 사관비율도 더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저렙수병과 고렙수병은 실제로는 레벨 비율의 제곱만큼 차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심하면 세제곱 수준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제로 66레벨 독일 기관병과 만렙 독일 기관병의 수병 수를 비교하면 정확히 두 배가 되는데, 문제는 표기 어빌 역시 두 배 정도 차이 나므로 이 둘은 실제로 4배 이상의 효율 차이가 있다. 66레벨 쪽이 사관을 40% 꽉 채우고 있을 리가 없으니 실제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 그나마 기관병은 중복탑승이 가능하므로 동일 무게라면 이 차이가 2배까지 줄어든다. 그러나 기관병에는 중복탑승 패널티가 있고, 기관병을 2기만 태웠다면 이 계수는 (sqrt 2) / 2 = 약 0.7이 된다. 즉, 66레벨 기관병을 2기 싣는 것과 만렙 기관병을 1기 싣는 것은 무게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실제 성능에서는 거의 3배 정도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포병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포병은 중복 탑승을 시킬 수가 없다. 초기 명중 연사 11/15 기준으로 독일 68레벨 포병은 수병 수 525, 명중 1601, 연사 1869이고, 만렙 포병은 수병 수 1035, 명중 3245, 연사 3721이다.

수병 수, 명중, 연사 모두 만렙 쪽이 2배씩 높다. 그러면 실제 명중 어빌과 연사 어빌은 각각 4배씩 높은 것이다. 집탄율이 포병의 명중 어빌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포를 운용할 때 만렙 포병이 68레벨 포병보다 4*4 = 16배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것도 68레벨 포병의 사관비율이 만렙 포병의 사관비율과 같을 때의 이야기고, 실제로는 훨씬 더 크게 벌어진다. 종합성능에서 최소 20배 정도는 차이 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68레벨 정도면 이미 경순양함 이하 함급을 운용하기엔 레벨이 너무 높다. 대잠함을 하고 있을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포병을 가지고 투사폭뢰를 운용한다고 해도, 만렙 포병을 싣고 대잠을 모는 악랄한 고렙이 나타나면, 러프하게 이야기해서 고렙의 5% 정도의 효율밖에 발휘를 못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만렙 만사가 나타나서 투폭함을 운용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잠수함들이 징징대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이다. 잠수함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투폭을 너프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 정도니까. 그러나 저렙도 투폭으로 잠수함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면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애초에 저렙이 무언가 해낼 수 있으면, 고렙은 그것의 수십 배는 해낼 수가 있는 게 네이비필드이다. 이건 어떤 함급을 몰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급폭기나 뇌격기가 이런 경향에서 비껴있는 정도.

저렙을 살려야 한다는 이상에 빠져서 잠수함들이 제살 깎아먹기를 하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저렙이 잠수함을 잡게 해주겠다는 명분으로 투폭이 상향되었을 때 고렙들에게 말라죽어가며 다시 너프해달라고 할 것이 눈에 선할 뿐.




#4. 하위 함급의 현실과 호위함의 역할

위에서 말했다시피 하위 함급을 저렙이 운용하는 것과 고렙이 운용하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고렙이 하위 함급을 타고 깽판 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위 함급의 성능은 다소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로 하위 함급을 타고 다니는 저렙들이 잠수함을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렙이 운용한다고 투사폭뢰의 사거리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만 산탄이 심하게 나서 최대 사거리에선 실질적인 타격을 입힐 수 없으며, 근접하게 되면 부족한 속력, 부족한 오버힛 시간으로 인해 잠수함의 간식이 된다. 그나마 60초에 달하는 투사폭뢰의 장전시간 때문에 난사하지도 못한다.

고렙들은 똑같은 배, 똑같은 투사폭뢰로 최대 사거리에서부터 잠수함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우월한 연사로 난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무턱대고 하위 함급을 버프해줄 수가 없다. 고렙들이 '때는 이때다' 하며 대잠함을 몰기 시작하면 잠수함들 사라지는 것은 순간이다.

그렇다고 하위 함급에게 음탐병을 실으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강제했다고 쳐도 효과가 없다. 어차피 하위 함급은 무슨 짓을 해도 경험치 벌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대공을 해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전함들도 자체 대공을 하는 시대이고, 항모들도 대공이라면 이골이 나있으니 저렙 대공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렇다고 투사폭뢰를 부담없이 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투사폭뢰 1회 사격에 200크레딧이다. 이걸 쏘면서 레벨업 하다보면 나중엔 배를 갈아탈 돈이 없다. 다시 하위 함급을 타고, 이번엔 투사폭뢰를 쏘지도 못하면서 크레딧을 모아야 한다. 결국 제자리.

하위 함급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다. 저렙 유저에게 경험치를 더 주자니 그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저렙 수병만 골라 태우면 경험치를 더 준다.) 하위 함급에게 더 주자니 그 경험치를 노리고 저렙 수병을 키우는 고렙들이 깽판을 친다. 소모되는 크레딧을 낮춰주자니 고렙도 혜택을 본다. 뭔가 획기적인 게 나오지 않는 이상 하위 함급에 대한 해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호위함까지 삭제 또는 너프된다면, 그야말로 잠수함 필드가 온다. 잠수함 유저들은 아마 이것을 원하는 것이겠지만 그랬다간 안 그래도 위태로운 네이비필드가 정말로 서버종료를 선언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호위함은 그저 잠수함 필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5. 결론

현재 필드에서 보이는 잠수함들은, 호위함이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호위함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에는 호위함을 없애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잠수함은 호위함이 있을 때 약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점은 잠수함 유저들도 잘 알고 있어서 너프를 주장하는 것인데, 정작 그 호위함이 넉넉히 어뢰 3발 이내에 제거된다는 건 잘 모르는 듯 하다. 호위함 시야에 들어온 이상 전함을 확실히 잡을 수 없다면 호위함을 잡고 다음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최선이다. 모든 전략계열 게임에서, 은신을 가진 클래스는 항상 그런 운용방식을 연구해왔고, 그것이 최적이라는 것은 이미 연구가 끝나있다.

유독 잠수함들이 연구를 게을리하는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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