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3일 금요일

[롤] 뱅 선수가 닌자 신발을 올린 이유를 알아보자.

우선 이 글은 인벤의 물가루가 올린 글을 보고 쓴 바이다.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372&l=333211

신발에 대한 인터뷰는 다음 영상의 1시간 13분 37초 부분부터 보면 되겠다. https://youtu.be/KAljbwDSZEA?t=1h13m37s

방어력과 방관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잘 이해할 수 있고 남들에게 설명도 매끄럽게 할 수 있다면" 중간부터 봐도 상관 없다. 이해한 것 같긴 한데 명확한 설명은 못하겠으면 닥치고 정독할 것.


우선 뱅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한다.

"지금 닌자 신발은 그냥 사기에요. 그냥, 이거는 라이엇이 너프를 해야 돼요. 지금 밸런스 팀 좀 보고 계시면 닌자, 닌자 신, 닌자 신발을 너프를 하시던가, 아니면 닌자 신발을 너프하시고, 좀 까다로우시면 닌자 신발을 너프하신 다음에 방관도 좀 너프를 하셔야 돼요. 이게, 딜러가 이제 방어력 템을 가기가 좀 까다롭거든요? 라이엇, 아니 리그 오브 레전드 이제 아이템 특성 상 딜러가 방어력, 마법 저항력 템은 갈 수가 있는데, 방어력 템이 가기 까다로운데, 닌자 신발이 효율이 엄청 좋아요. 그리고 요즘 방관 캐릭들이 많이 나오는데 방관 룬을 들고 69까지 올라가거든요, 방관이? 근데 거기서 이제 기본 방어력이 그때쯤이면, 기본 챔피언 방어력이 7~80 정도 돼요. 하여튼 그렇게 되는데, 거기서 닌자 신발을 가잖아요? 그럼 효율이, 거의 방어력 효율이 30퍼센트 정도 늘어나요. 1100원에 30퍼센트, 이거는 가야 돼요. 상대가 방관 캐릭터일 때를 가정하는 건데, 이건 가야 돼요."

후니 선수도 말 재밌게 잘 했는데, 그 부분은 이 글에선 아쉽게도 중요하지 않으니 패스.




뱅 선수의 발언 맥락을 보려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방어력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타크래프트나 노바1492 같은 경우에 방어력은 상대의 데미지를 방어력 수치대로 깎는다. 방어력이 10이라면 상대의 공격에서 10을 빼고 나머지만 데미지로 받는 것이다. 공격력 100인 놈이 때리면 100-10 = 90을 받고, 20인 놈이 때리면 20-10 = 10을 받는 것.

다만 이런 식으로 방어력이 적용되면, 자기가 가진 공격력보다 높은 방어력을 가진 개체를 때릴 때는 데미지를 아예 못 준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방어력을 다른 방식으로 적용한다.


상대의 공격 중 100/(100+방어력) 만큼만 받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방어력이 아무리 높은 녀석을 때리더라도 일단 데미지가 들어가기는 한다.

그리고 또다른 효과로는, 물리데미지에 한해서 방어력만큼 체력 비율이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므로 좀 더 직관적인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내 공격력이 감소하는 것이나 상대의 체력이 올라가는 것이나 죽을 때까지 때린다면 더 때려야 하니까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100/(100+방어력)의 효과를 체력 쪽으로 옮겨서 적용하면 체력이 (100+방어력)/100 으로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고, 이것은 방어력(%) 만큼 체력이 늘어난 것과 정확히 같은 모양새가 된다.

그러니까, 체력 1000 방어력 10인 것과, 체력 1100 방어력 0인 것은 물리데미지로 죽을 때까지 공격한다면 결국 같다는 것이다. 공격력 100인 녀석으로 때린다고 했을 때, 두 경우 다 11대를 때려야 한다.

방관의 경우에는 방어력을 지우는 역할을 하는데, 수치 상으로 (100+방어력)/(100+방어력-방관) (%) 만큼 데미지를 증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방어력을 초과하는 방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 수치가 커지려면 상대의 방어력이 낮아지거나 방관이 커지면 된다. 물관은 여기서 약간의 조작을 거쳐서 방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는 다르지만, 개념상으로 그냥 방관 = 물관으로 봐도 크게 문제는 없다.



자 이제 다시 뱅 선수의 발언을 분석해보자. 뱅 선수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깔아두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방관, 그러니까 방어력 관통이 아니라 물관, 물리 관통력으로 용어가 바뀌었고 효과도 좀 바뀌었지만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뱅 선수의 발언을 살려서 방관이라고 쓰도록 하겠다.

1. 3방관템을 다 올리고 방관룬을 올리면 방관이 69까지 증가한다.
2. 이 3방관템이 완성되는 타이밍에 딜러 캐릭터들의 방어력은 대략 80 정도이다.
3. 따라서 딜러들은 3방관템을 갖춘 딜러에게는 방어력 10짜리 종잇장이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방어력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4. 마방딜템은 갈 것이 많은데, 물방딜템은 갈 것이 없다. 그렇다고 그냥 물방탱템을 올리자니 그것도 원딜은 갈 만한 것이 없다.
5. 따라서 닌자 신발을 올리는 것이 물리 방어를 챙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며, 그 효율도 굉장히 좋다.
6. 그러므로 닌자 신발 너프가 필요하며, 나아가 방관의 너프 역시 필요하다.



가장 핵심은 3번과 4번이다.

위에서 배경을 설명해줄 때 방관이 쌓일 수록, 공격을 받는 대상의 방어력이 낮을 수록 데미지가 커진다고 했다. 그런데 상대의 방관을 깎는 방법은 없으니 결국 내 방어력을 키워야 하는데, 원딜은 (사실 딜러라면 전부 다 그렇다.) 올릴 만한 방어력 템이 없어서 결국 닌자 신발이라도 올릴 수밖에 없는데, 마침 그 닌자 신발의 효율이 좋다는 것이다. 이것이 뱅 선수 인터뷰의 핵심이었다.

뱅 선수가 마방은 올리기 쉽다고 했는데 실제로 마방은 갖추기 쉬운 것이, 마방을 가진 딜템이 무려 3가지나 있다. 밤의 끝자락, 헤르메스의 시미터, 멜모셔스의 아귀까지.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 셋을 동시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고, 이 경우엔 적의 마법 딜링에 거의 면역된다고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뱅 선수의 언급대로 물리방어템은 원딜러로서는 딱히 갈 만한 것이 없다.

AP 딜러라면 존야라는 선택지가 있으나 사실 존야도 AD 마방템에 비해서 딱히 효율이 좋다고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액티브 때문에 가는 아이템에 더 가깝다. 게다가 원딜이 쓸 수 있는 아이템은 더더욱 아니다.

존야는 일단 빼고 방어력이 붙은 아이템을 전부 보자.

망자의 갑옷, 태양불꽃 망토, 란두인의 예언, 얼어붙은 건틀릿, 즈롯 차원문, 얼어붙은 심장, 저항 공성기, 승천의 부적, 수호 천사, 가시 갑옷, 기사의 맹세,  강철의 솔라리 펜던트, 지휘관의 깃발

종류는 꽤 많은데, 이 중에서 원딜러가 갈 만한 아이템이 있을까?

태양불꽃 망토, 즈롯 차원문, 저항 공성기, 승천의 부적, 가시갑옷, 솔라리, 기사의 맹세, 지휘관의 깃발은 말할 것도 없이 딜러라면 거르는 아이템.

남는 아이템은 망자의 갑옷, 란두인의 예언, 얼어붙은 건틀릿, 얼어붙은 심장, 수호 천사.

망자의 갑옷은 스탯도 나쁘지 않고 이동속도 버프가 되지만, 근접 딜러가 아닌 이상은 고유 효과가 하나 날아가니 딱히 매력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생각해볼만한 정도.

란두인의 예언은 망자의 갑옷보다 방어력이 10 높지만 치명타 피해량 감소라는, 방관챔 대응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난 옵션이 붙어있고, 기본 공격 속도 감소효과도 마찬가지다. 사용 효과도 상대에게 붙을 일이 없어야 할 원딜에게는 썩 좋은 옵션이 아니다.

얼어붙은 건틀릿과 얼어붙은 심장은 딜러로서는 사실상 이즈리얼 전용템이고 나머지 원딜러는 필요가 없으니 패스. 얼어붙은 심장은 이즈리얼한테도 썩 좋은 템이 아니다.

그나마 수호 천사가 갈 만한 아이템인데, 비교적 후방에 있어야 할 원딜러가 죽는 상황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좋질 못하다.

인터뷰 배경이 된 3월 2일자 SKT 대 kt 경기에서는 뱅 선수 입장에서 2경기 폰 선수의 제드 말고는 상대해야 할 암살자 챔프는 딱히 없었다. 게다가 1, 2경기는 비전 이동을 통한 포지셔닝이 용이한 이즈리얼을 플레이했다. 따라서 뱅 선수는 수호 천사를 올릴 이유가 딱히 없었다.


그렇다. 뱅 선수 말대로 정말로 올릴 만한 방어력 아이템이 없다.

이제 닌자 신발을 보자.

방어력 30에 기본 공격을 12퍼센트나 막아준다. (기본 공격을 막아주는 부분은 보너스에 더 가깝지만 어쨌든.)

위에서 말했듯이 방관챔들 상대로 딜러들은 방어력이 10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허약한 딜러들에게 소중한 방어력 30을 주는 아이템이 바로 닌자 신발이다. 이때 닌자 신발의 방어력에 의한 효과를 체력으로 환산하면 대략 140/110 = 1.27 정도로 체력이 27%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가 된다. 이걸 막아내는 데미지로 환산하면 대략 20퍼센트가 조금 넘어가는데, (= 100/127) 뱅 선수가 뻥튀기 된 체력의 효과를 의도하고 언급했다면 대략 30퍼센트 정도 효율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뱅 선수는 1100원으로 30퍼센트! 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신발의 이동효과는 빼야 하니까 대략 600원 정도에 20퍼센트 정도 물리피해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방어력 템을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베스트일 것 같아보이지만, 원딜이 템칸 하나를 들여가며 미리 쇠사슬 갑옷 (800원, 방어력 40) 을 올리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안 그래도 초반에 딜이 안 나와서 딜을 당겨쓰는 빌드를 적용할 수 있는 원딜이 각광받는 시대에 템칸을 버려가면서 갈 만한 상위템도 없는 템을 사서 800골드를 버려가며 딜로스를 만든다? 글쎄...




물가루가 이런 오류를 낸 건 근본적으로 골드효율이라는 개념이 매우 인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검이라는, 공속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아이템이 300골드에 공속을 12% 올려주니 공속은 1%에 25골드! 라는 1차원적인 계산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골드 효율이다.

간단하게 계산해보자. 신발은 이속 +25에 300골드이니 이속 1은 12골드, 공속은 위에서 말한 대로 1%에 25골드이다. 그렇다면 광전사의 군화는 45*12 (이속) + 35*25 (공속) = 1415골드어치의 스탯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100골드로 1415골드짜리 스탯을 살 수 있으니 광전사의 군화 개이득?

수식만을 배우면 이렇게 빡대가리가 된다. 수식에 깔린 논리를 봐야지.

특정 스탯이 모든 챔프에게 동일한 가치를 가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리븐처럼 AP가 쓸모 없는 챔프라면 AP 템을 가지 않을 것이며, 아리처럼 AD가 쓸모 없는 챔프의 경우에는 AD 템이 골드 효율이 높더라도 AD 템을 가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극단적일 정도로 템이 잘 뽑혀나오지 않는 이상은.

리븐에게는 AP가 가치 없는 스탯이며, 아리에게는 AD가 가치 없는 스탯이기 때문이다.

물론 뱅 선수가 활용한 이즈리얼이나 진이라는 챔프가 공속이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챔프 다 공속이 높으면 어디엔가는 쓸모가 있다. 하지만 징크스나 트위치 같은 챔프만큼 필요한 것은 아니며 사실상 진이나 이즈리얼에게 공속은 별로 필요하지는 스탯이다.

이 두 챔프를 운용하는데 상대에 방관챔프가 많다면 같은 돈으로 광전사의 군화를 올리는 것보다는 닌자 신발을 올리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필요도 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는 조금이라도 경제 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만한 것이다. 그 물건이 얼마나 가성비가 좋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물건이 나한테 얼마나 필요한가가 더 중요한 것. 그것을 간과하면 이렇게 기초적인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원딜러는 연구를 안 한다는 이상한 관념을, 작정한 듯이 울분을 토해내며 시원하게 까부숴준 뱅 선수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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