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일 월요일

[롤] 승률에 대한 고찰 - 승률과 챔피언 성능의 상관관계, 아리는 OP가 아니다.

먼저 보면 좋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 태사다르 실험





#1. 롤 인벤은 참 재밌는 곳이다. 서로 물고 뜯기 바쁘지. 일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스타크래프트를 통한 실험에서도 언급한 바이지만 롤처럼 "라인 개념이 있는" 게임에서는 챔프의 승률과 챔프의 성능이 확실한 관계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2. 물론 칼바람 나락 같이 라인 없이 모두 섞이는 게임에서는 승률과 성능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소환사의 협곡은 라인 개념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같은 라인에 있는 챔프들끼리 승률을 나눠먹는다는 뜻이다. 일전의 실험에서도 언급한 대로 단순히 승률이 높다고 해서 그 챔프의 성능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같은 라인에서 는 챔프들에 비해서 해당 라인에서 해줘야 할 역할을 더 잘 해낼 수만 있으면 승률이 높아진다. 절대성능은 승률 - 더 정확히, 통계로는 판단할 수 없다.




#3.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리가 그 정도로 특수 케이스이지는 않을 것이다. 미드가 딜러 라인임에도 딜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은 아리가 높은 픽률과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Q 스킬에 붙어있는 이속 버프라던가, 적에게 비교적 낮은 리스크로 강한 위협을 줄 수 있는 E 스킬, 점멸에 맞먹는 거리를 10초 내에는 순간적으로 3번씩이나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궁극기 등. 전형적인 유틸성 미드라이너다. 솔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 이 때문이다. 다른 미드라이너가 딜만 가지고는 해낼 수 없는 역할을 아리는 유틸성과, 그렇다고 마냥 부족하지는 않은 딜량(기억하자. 아리는 엄연히 딜러 챔프이다. 절대적 기준에서는 딜이 약하지 않다.)을 바탕으로 해낼 수가 있다. 그래서 다른 미드에 비해서는 딜이 비교적 부족함에도 승률이 높은 것이다.




#4. 그렇다고 아리가 OP인가? 라는 명제에는 좀 물음표가 찍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OP라는 단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영어를 그대로 풀면 Over Power, 즉 파워가 과도하게 강하다는 말인데, 여기서 '파워'가 무엇을 뜻하는가에 따라 OP의 뜻이 달라진다.


1. 파워를 말 그대로 파워, 즉 '딜링'으로 봐서 딜이 지나치게 강하면 OP라고 부를 수도 있으나, 딜만 센 구데기 챔프들은 사실 수없이 있어 왔다. 따라서 이 정의는 고려할 가치도 없다.

2. 이기려고 게임하는 것이니 파워를 '이기게 해주는 능력'이라고 본다면 아리는 OP가 맞다. 높은 픽률과 높은 승률은 거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이기기 쉬운 캐릭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3. 하지만 일반적으로 OP라 하면 2번의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딜링이 강하면서도 대처하기 어려운 챔피언을 뜻한다. 그 예로, 최근에는 리메이크 직후의 르블랑, 렝가, 출시 직후의 카밀 등이 있었다. (이것은 딜러 기준으로, 탱커라면 당연히 탱킹 능력이 강하고 대처가 어려운 챔피언이 될 것이다. 마오카이가 한 때 그랬던 적이 있다.)


물론 아리도 3번 의미에서 OP였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도 그러한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5. 그렇다면, 실제로 챔프를 가지고 대회에서 사용하며, 아무래도 챔프 그 자체 및 챔프들 간의 상성관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프로게이머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우선 현재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페이커 선수,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쫒고 있다고 평가받는 크라운 선수는 아리에 대해서, "분명히 좋은 픽이나 OP는 아니다" 라고 의견을 냈다. :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75324&site=lol

'페이커' 이상혁 "너프가 필요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잘 쓰기만 한다면 좋은 성능을 내는 챔피언은 맞아요. ... OP까지는 아니고 괜찮은 픽인 것 같아요."

'크라운' 이민호 "OP는 아니에요. 변수를 줄 수 있는 카드 정도인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엄청 좋기는 하지만, 또 어떤 상황에서는 함정카드에요. ... 언제든 무난하게 뽑을 수 있는 그런 챔피언? OP라는 느낌은 없어요. OP라는 게 대처가 거의 불가능한 완벽한 챔피언 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상대할 때나 제가 플레이할 때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 지금 딱 적당한 것 같아요. 대회나 솔로 랭크에서나 그렇게 승률이 좋은 챔피언인지 몰랐네요. ... 장점으로는 푸쉬력이 좋아 먼저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능동적인 픽이죠. 하지만, 망하면 뒤가 없고 무난하게 가면 나중에 5:5 한타에서 상대에게 밀릴 가능성이 크죠."

두 선수 모두 OP라고 하면 내가 제시한 3번의 뜻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아리는 OP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피력하고 있다.

롤에 대해서 가장 뛰어난 이해력을 보유하고 있을 최상위권 프로게이머들이 아리는 OP가 아니라고 얘기한다면 OP가 아닌 것이 맞지 않을까?




#6. 그렇다면 통계가 틀린 것일까? 그건 또 아니다. 플래티넘 이상 티어에서 나오는 롤 통계는 인기 없는 챔프라고 해도 수 만 게임은 쌓이고, 아리 같이 픽률이 높은 챔프라면 수십 만 게임은 우습게 나온다. 신뢰성에서는 감히 비벼볼 여지가 없다. 즉, 통계가 조작된 것이 아니고서야 통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그렇다면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앞서 지적했던 대로

첫째, OP라는 단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 다름. 따라서 표현도 다르고 이 때문에 충돌이 생김,

둘째, 승률은 전 챔프가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같은 라인에 서는 챔프들끼리만 나눠먹는다는 것. 따라서 승률로는 절대성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

셋째, 밴률을 고려하지 않음,

이 세 문제 때문에 충돌이 발생한다.


밴율은 사실 현재 해당 챔프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를 보여주는 지표에 더 가깝다. 그러나 의외로 이 지표가 중요한 것은, 그 챔프가 기울어진 게임에서 어떤 성능을 뽑아내는지를 사람들이 느끼고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과거 누구나 OP라고 인정했던 챔프들 치고 밴율이 낮았던 챔프가 없다. 즉, (공인된) OP라면 밴율이 높다. 그러나 아리는 밴율이 낮다. (OP.GG 기준 1.28%. 절대로 높은 밴율이 아니다.) 이 점이 누구나 아리가 OP라고 보지는 않는 이유다. 사실 정확히 말해서는 아리가 OP다, 아니면 OP는 아니더라도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적기 때문에 밴율이 낮은 것이지만. 아리가 OP냐고 묻는 글에 달린 인상적인 댓글이 있었다.

"그렇게 OP라면 밴을 했겠지."

방금 지적했듯 정작 아리 밴은 많이 안 나온다. 다수의 사람들이 느끼기엔 아리가 그리 OP가 아닌 것이다. 즉, 통계가 틀렸다거나 해서 통계가 아리 OP 논쟁에 기여했던 건 아니다. 그저 통계를 잘못 해석했을 뿐.




#7. 사고실험 하나 해보자. 미드라인에 리메이크 직후 르블랑 같은 '누가 봐도 개씹사기 미친 OP 챔프'가 하나 더 있었다고 해보자. 편의상 2블랑이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르블랑과 2블랑 둘 다 밴은 안 되고, 성능은 대등하다고 해보자. - 밴이 되어도 상관 없다. 이런 챔프가 8개 있다고 가정하면 어차피 그 중 둘은 풀릴 거고 문제는 똑같아진다.

성능이 미친듯이 좋으니, 픽률이 비교적 낮은 초반에는 승률이 꽤나 유의미하게 높을 것이다. 자기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챔프를 만날 확률이 높으니까. 그러다가 이 두 챔프가 미친 OP라는 게 조명되면 픽률이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숙련도가 낮은 플레이어가 유입되어 승률이 약간 낮아진다. 동시에 이 두 챔프가 서로 마주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또 두 챔프의 승률이 낮아진다. (자기가 씹어먹을 수 있는 상대를 마주치는 비율이 줄어들면 당연히 승률이 내려간다.)

만약 이 두 챔프가 전혀 밴이 되지 않으며, 동시에 밸런스 패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르블랑과 2블랑의 픽률이 각각 100%에 가깝게 수렴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챔프를 어지간히 못 다루는 게 아닌 이상에야 다른 챔프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우월하게 성능을 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이 둘 중 하나를 안 하면 상대가 했을 때 못 이기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

르블랑과 2블랑의 픽률이 모두 100%에 가까워지면 각각의 승률이 올라갈까? 당연히 그렇지가 않다. 두 챔프의 픽률이 100%에 가까워진다는 건 각 챔프가 반대편 챔프를 상대할 확률도 100%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이다. 르블랑과 2블랑이 맞붙었을 때는 대략 50% 승률일 것이고, 이 두 챔프가 각자 상대편이 아닌 다른 챔프를 상대할 때는 승률이 꽤 높겠지만 이미 두 챔프의 픽률이 100%에 가까운 이상 르블랑과 2블랑의 승률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르블랑과 2블랑의 픽률이 모두 100%에 가까워지면 승률은 각자 50%로 수렴한다. 뭐 두 챔프가 각각 픽률 100%를 기록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승률은 50%가 된다.

승률 50%면 완벽한 밸런스 챔인가? 다른 라인 챔프들은 르블랑과 2블랑에게 대갈통이 박살나고 있을 텐데 단순히 승률이 50%라는 이유로 OP가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라인 챔프들이 좀 억울해하지 않을까?

더더욱 문제되는 것은, 지금 이 사고실험에서는 '밴이 되지 않는다'는 가정을 했고, 보통 이 정도의 OP라면 밴이 안 될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즉, 위에서 가정한 급의 '개씹사기 미친OP'라면 거의 100% 밴 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OP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밴율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다만 OP가 너무 많아서 모두 밴하지는 못했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기는 했는데, 정확히 시즌이 기억은 안 나지만 다리우스, 모데카이저 등이 버프되어 OP로 분류되었던 롤드컵 시즌에는 이들 중 어떤 것을 밴하고 어떤 것을 가져올지가 중요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이때에도 가져오지 않을 때는 밴하는 것이 기본이었고 때문에 OP의 밴율은 여전히 높았다.




#8. 물론 극단적인 밸런스 붕괴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은 오래 가지 않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고려하는 것이 크게 의미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승률+픽률이 챔프의 절대성능을 크게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승률+픽률+밴율을 모두 고려해야 챔프의 성능을 대략적이나마 알아볼 수가 있다. 그렇다고 밴율을 반영한다고 해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또 아니다. 챔프 성능을 나타내는 세 지표 중 가장 반응이 느린 지표가 밴율이기 때문에. 그러나 분명히 고려해야 하는 지표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했을 때, '아리가 OP인가?' 라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정리

1. OP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어진 역할(딜러라면 딜링, 탱커라면 탱킹, 서폿이라면 시야장악, 정글이라면 갱킹 등 대표적인 것 이외에도 많은 역할들)을 잘 수행해내면서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응하기도 어렵다" 라는 기준에서는 아리를 OP라고 말할 수 없다.

2. 라인전 개념이 있는 이상 챔프의 성능을 승률+픽률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적어도 승률+픽률+밴율 정도까지는 추가해야 하며, 사실 세 지표를 모두 고려해도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인게임에서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검토 후에도 아리가 OP인가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즉, 명백한 OP는 아니다.

3. 승률 통계나 픽률 통계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 해석을 잘못했을 뿐.

4.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미드라이너 두 명 - 페이커와 크라운이 아리는 OP가 아니라고 했다.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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